경상북도 경주, 문화와 역사의 고장
|변함 없는 시골 할머니 댁 같은 도시, 경주
한국인에게 경주라는 도시는 다른 어느 도시보다도 문화재와 왕릉이 많은, 노인과도 같은 곳으로 기억됩니다. ‘어느 곳이든 집을 짓기 위해 땅을 파면 문화재가 나온다’ 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경주는 지천에 문화재가 널려 있는데 그 이유는 아무래도 다른 어느 도시보다도 긴 천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신라의 수도로서의 문화를 꽃피웠던 역사 때문일 것입니다.
경주라는 도시는 그 도시 자체가 문화재라는 이미지와 함께 실제로 노년 인구 비율이 높기도 해서 경주를 생각하면 항상 시골에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경주에는 개발 제한과 함께 여러 가지의 이유로 오래된 집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 중에는 해방 이전에 지어져 지금까지 조금씩 손 봐 가며 사용중인 집들도 많구요. 그래서 경주 시가지의 오래된 집들 사이 골목을 걸어 보면 우아하게 지어진 한옥집이 아닌, 창의 높이가 높고 다락방이 있으며 실내에 복도가 있는 일본식 가옥들이 많이 보입니다. 이런 집들은 여전히 일제의 끄트머리를 살았던 우리 조부모님 세대의 삶의 모습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생활의 냄새가 묻어 나는 이런 집들이 모인 지역들이 흔히 보이는데 마치 6,70년대로 시간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 듭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시골에 계신 외할머니댁’과 같은 정서를 느끼는 것이겠지요.
최근 경주시는 인구가 줄어들고 있고 오래된 시가지의 개발보다는 도시 외곽에 신도시를 건설해 주민들을 이주시키는 한편 구 시가지의 오래된 건물들을 허물고 신라의 옛 궁궐과 성곽의 모습을 복원하는 사업을 추진중인데 이로 인해 월성 주변의 오래된 집을 지키고 살던 이들은 신도시의 아파트로 이주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오래된 집들이 늘어선 골목은 이제 안락한 신도시로의 이주를 이루지 못한 빈곤함에 대한 상징으로, 일제 강점기의 피해자로서의 기억에 대한 혐오로, 오래된 불편한 것으로 지워져만 가는 것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물론 그 곳이 삶의 터전인 사람들은 발전과 개발에 목말라 있겠지만 말이지요.